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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르드, 치유의 물과 믿음의 기도 – 전 세계의 눈물이 모이는 성지에서

by 제나로드 2025. 4. 23.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을 기리며 떠난 제 성지순례 중,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루르드(Lourdes)는 제 가슴 깊이 각인된 곳입니다. 그곳에서 저는 치유를 위한 기도를 드리고, 고통 중에 있는 많은 이들을 만났고, 무엇보다 하느님의 자비가 어떻게 우리 곁에 현존하는지를 체험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루르드의 역사, 치유의 물, 촛불 묵주기도 그리고 제가 경험한 눈물겨운 기적의 순간들을 기록합니다.

루르드의 시작 – 베르나데트와 성모님의 만남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프랑스 루르드의 작은 동굴 ‘마사비엘 동굴’에서 14세의 소녀 성녀 베르나데트 수비루가 성모 마리아를 18번 발현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성모님은 자신을 “무염시태(원죄 없이 잉태된 자)”라 밝히며, 기도, 회개, 성당 건축, 그리고 순례자들의 치유를 약속하셨습니다. 그 발현은 교황청의 조사를 거쳐 정식으로 인정받았고, 그 이후 루르드는 가톨릭 3대 성지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루르드의 치유의 물 –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붙드는 믿음

성모님의 지시에 따라 베르나데트가 손으로 파낸 샘에서 ‘치유의 물’이 솟아났습니다. 이 물은 지금도 계속해서 흐르고 있으며, 수많은 환자들이 이 물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 치유의 은총을 체험했다고 전해집니다.

저 역시 순례 중 이 치유의 물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줄은 매우 길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 없이 조용히 기도하며 기다렸고, 제 차례가 되었을 때 저는 물을 손에 담아 얼굴을 씻고, 머리에 뿌리고, 조심스레 한 모금 마셨습니다. 그 물의 차가움은 몸을 덮었지만, 제 마음에는 따뜻한 평화가 밀려왔습니다.

이 물로 온몸을 닦고, 기도하며 눈을 감은 그 순간, ‘내가 치유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픈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있구나’ 하는 깊은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이들이 다른 누군가의 회복과 기적을 위해 이곳에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휠체어 순례자들과 함께한 묵주기도 – 빛으로 이어진 연대

밤이 되면 루르드 성지에는 촛불을 든 순례자들이 모여 야외에서 묵주기도를 바칩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언제나 휠체어에 앉은 병자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그 촛불 묵주기도에 참여했을 때, 저는 말 그대로 숨을 삼켰습니다. 수많은 국적의 사람들이 아베 마리아(Ave Maria)를 외치며 하나의 기도를 올리고 있었고,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서로를 위한 빛을 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것은 우리 한국 순례자단이 한국 대표로 앞 연단에 올라 묵주기도를 바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조용히 촛불을 든 채 마이크 앞에 선 자매님이  한국말로 바치는 묵주기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저는 그 순간 눈물이 났습니다. 전 세계의 언어는 달랐지만, 모두가 같은 기도, 같은 마음을 담고 있었습니다.

봉사자들의 사랑 – 보이지 않는 기적의 손길

루르드에서는 각국에서 온 봉사자들이 환자들과 순례자들을 돕고 있습니다. 휠체어를 밀어주고, 병자 미사에 동행하고, 치유의 물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들의 손길은 작은 기적 그 자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떠나기 전날, 아픈 가족들을 위해 치유의 물을 받아갈 수 있도록 봉사자들이 직접 병과 비닐을 나눠주고, 포장까지 도와주던 장면이었습니다. 그들의 조용하고 친절한 태도에, 저는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떠나기가 너무 아쉬웠던, 하느님의 자리

루르드를 떠나는 날 아침,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동굴을 다시 찾았습니다. 기도문을 조용히 읽으며, 어쩌면 다시는 오지 못할 이곳에서 마지막 인사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그 물과 기도 속에 하나로 녹아 있었습니다.

이 성지는 제게 “하느님은 고통 속에서도 우리 곁에 계신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순례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촛불이 어둠을 밝히듯, 세상은 아직 사랑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루르드 순례 TIP

  • 위치: Lourdes, Hautes-Pyrénées, France
  • 추천 일정: 2박 이상 (묵주기도, 병자 미사, 치유의 물 체험, 동굴 기도)
  • 필수 준비물: 작은 물병 (치유의 물 담기용), 묵주, 손수건
  • 언어: 프랑스어 중심이나, 미사와 기도는 여러 언어로 진행됨
  • 복장: 단정한 복장 권장 (기도와 미사 참여 시)

📌 다음 편 예고

제7편 – 몬세랏, 검은 성모 마리아 앞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의 신비로운 수도원, 구름 위에서 만난 또 하나의 기도, 몬세랏에서의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치유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움직이고, 믿음이 살아나는 순간 그것이 곧 기적입니다.”

오늘도 아픈 이들을 위한 기도가 멈추지 않기를, 루르드에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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