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4월, 저는 제 인생 첫 성지순례 중에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 도착했습니다. 파티마에서의 깊은 기도를 마치고 도착한 이 도시는, 전 세계 순례자들이 야고보 성인의 무덤을 찾아 모여드는 믿음의 종착지로 불립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일명 ‘카미노(Camino de Santiago)’는 걷지 않았지만, 그 마지막 지점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습니다. 언젠가 저도 그 길을 따라 걷고 싶다는 소망을 안고, 저는 이곳에서 야고보 성인을 기리는 대성당에 조심스레 발을 들였습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란 어떤 곳인가요?
‘산티아고’는 야고보(Jacob)의 스페인어식 이름이며, ‘콤포스텔라’는 ‘별들의 들판’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9세기 초, 별빛에 이끌린 수도사에 의해 사도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되었고, 그 자리에 도시와 성당이 세워졌습니다.
야고보 성인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으로, 스페인에서 선교 활동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집니다. 순례의 전통은 1000년 이상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지금도 매년 수십만 명이 이 도시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순례의 시작이자 끝, 야고보 성인의 대성당
산티아고 대성당(Catedral de Santiago de Compostela)은 유럽 3대 순례 성지 중 하나로, 사도 야고보의 무덤이 안치된 장소입니다. 서기 813년경, 별빛에 이끌린 수도사 펠라요가 사도의 유해를 발견한 후, 알폰소 2세 왕이 순례 성소로 지정하면서 지금의 순례가 시작되었습니다.
성당은 11세기부터 13세기 사이에 건설되었으며, 로마네스크 양식의 구조 위에 후기 고딕과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복합 양식의 대성당으로 발전했습니다. 정면의 ‘오브라도이로 파사드’는 18세기 바로크 건축의 대표작이며, 대성당 입구로 향하는 계단 위에 서면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내부 중앙 제단 아래에는 사도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석관이 있으며, 성인을 기리는 전통적인 의식인 ‘포옹의 예식(Abrazo del Apóstol)’도 가능합니다. 많은 순례자들이 그 동상 뒤에서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또한, 매년 7월 25일 성 야고보 축일(Santiago Feast Day)에는 특별 대미사가 열리며, 이때에는 ‘보타푸메이로(Botafumeiro)’라 불리는 거대한 향로가 대성당 중앙에서 흔들리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전통은 중세 시절 순례자들의 위생을 위한 향정화 의식에서 유래했습니다.
산티아고 대성당은 순례자들에게 여정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장소입니다. 걷든, 비행기로 오든, 이곳에 발을 딛는 순간 모든 이의 마음은 하나가 됩니다. 저 역시 그 성스러운 공간 안에서 말없이 눈을 감고, 다시 이 길을 걷겠다는 다짐을 되새겼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
비록 이번 여정에서는 걷지 못했지만, ‘카미노(Camino)’로 불리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순례 코스 중 하나입니다. 프랑스 국경에서 시작해 800km 이상을 걷는 ‘프랑스 길(Camino Francés)’이 가장 대중적이며, 짧게는 100km 구간만 걷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순례자들은 조개껍질(Scallop Shell)을 가방에 달고, 숙소에서는 순례자 여권(Credencial)에 도장을 받으며 여정을 이어갑니다. 일정 거리 이상을 걸으면 도착 후 ‘콤포스텔라’라는 순례 증명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길을 걷는 이유는 단순히 걷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자기 자신을 마주하기 위해, 또는 하느님의 뜻을 묻기 위해 걷는 길이기도 합니다.

산티아고에서의 하루, 제나의 발걸음
제가 산티아고에 머문 날, 대성당 앞은 순례를 마친 이들의 눈물과 웃음으로 가득했습니다. 어떤 이는 누워 울었고, 어떤 이는 친구와 포옹하며 춤을 췄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이곳을 찾았고, 각자의 방식으로 기쁨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성당 내부의 고요한 성체조배실에 앉아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찬송가도 들리지 않고, 말소리도 없는 공간 속에서,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고, 감사가 흘러넘쳤습니다.
그날 저는 확신했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다시 돌아와 그 길을 직접 걷겠다고. 지금은 종착지에 잠시 닿았을 뿐, 제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순례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제게 신앙이란 결국 ‘한 걸음’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곳입니다. 우리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걷기로 결심했기에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다는 것. 때론 머물기도 하고, 때론 돌아서기도 하겠지만, 다시 그 길을 걷는다면 하느님은 언제나 함께 걸어주신다는 걸 믿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걷고 싶은 길이 있다면 멈추지 마세요. 그 길은 언젠가, 산티아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 다음 편 예고
제5편 – 가리반달, 아직 끝나지 않은 성모님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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