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 성지순례의 마지막 여정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성가정 성당(Basílica de la Sagrada Família)’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신부님과 함께 지하 경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바로 이곳은, 제가 그 전해에 가족과 함께 여행하며 외부에서만 바라보았던 장소였기에 이번 방문은 더욱 각별했습니다.
가족과의 추억이 깃든 곳에서 드리는 기도
남편은 가우디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라, 우리는 2023년 바르셀로나를 가족 여행지로 택했고, 그때 처음 이 성당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긴 대기 줄과 제한된 시간으로 인해 성당 내부를 직접 들어가진 못하고, 유리문 너머로만 조심스레 성전 안을 구경했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저는 이곳에 다시 와서 그토록 들어가고 싶던 성전 안에서 직접 기도하며 미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은 말 그대로 감격과 경이로움의 절정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건설 중인 성당 – 가우디의 위대한 비전
성가정 성당은 1882년에 착공되었으며, 현재까지 140년 넘게 공사 중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완성 성당입니다. 이 성당을 세계적인 걸작으로 만든 인물은 바로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입니다.
가우디는 1883년부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점차 모든 에너지를 이 성당에 쏟았고, 말년에는 아예 이 건축에 인생을 바쳤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내 고객(하느님)은 급하지 않으시다.”
신앙과 자연의 조화 – 성가정 성당의 구조
성가정 성당은 가우디의 철학이 응축된 공간입니다. 그는 이 성당을 단순한 예배당이 아니라, 신앙과 자연, 과학과 예술이 융합된 신성한 숲으로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기둥이 나무처럼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천장은 별과 나뭇잎을 형상화한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빛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와 자연광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도록 설계되었고, 그 빛 자체가 성전의 장엄함을 완성합니다.
파사드(Façade) – 그리스도의 생애를 새긴 세 개의 문
- 탄생의 파사드: 가우디가 직접 설계하고 생전에 완성한 유일한 입면. 예수 탄생과 기쁨의 신비를 상징.
- 수난의 파사드: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표현. 조각들이 각진 형태로, 고통의 현실을 드러냄.
- 영광의 파사드: 아직 미완성. 예수의 부활과 천국 영광을 상징할 예정으로, 완공 후 가장 화려한 면이 될 것으로 기대됨.
이 각각의 입면은 단순한 건축 장식이 아니라, 가우디가 설계한 ‘시각 성경’입니다.
지하 경당에서 드린 미사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
성당의 지하에는 가우디가 잠들어 있는 ‘경당(Crypt)’이 있습니다. 이곳은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며, 성직자와 함께하는 특별한 경우에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그날, 우리는 신부님과 함께 이 경당 안으로 들어갔고, 성가정 성당 안에서 직접 미사를 봉헌하는 은총을 받았습니다.
기도 중, 저는 이 성당이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얼마나 완전한 감동을 주는 공간인지 새삼 느꼈습니다. 1년 전 가족과 함께했던 기억, 그리고 지금 하느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나 자신이 교차되며 눈물이 났습니다.
안토니 가우디 – 건축을 기도로 바꾼 사람
가우디는 단순한 예술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말년에 일상을 모두 하느님께 봉헌하며 살았고, 기도하며 설계하고, 현장에서 무릎 꿇고 돌을 닦던 신앙인이었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설계도 없이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형태의 경배’라는 새로운 건축언어를 만들어냈고, 성가정 성당은 지금도 그 철학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하느님께 드리는 예술의 제단으로 완성되고 있습니다.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 아름다운 성전
2026년, 가우디의 서거 100주년에 맞춰 성가정 성당의 완공을 목표로 건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미완성이기에 더 살아있는 신앙의 현장이며, 수많은 순례자들이 바로 그 ‘지금도 지어지고 있는 믿음의 공간’ 안에서 큰 은총을 경험합니다.
그날의 미사는 미완의 성전에서 드리는 완전한 기도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순간, 이 여정이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임을 느꼈습니다.
📌 바르셀로나 성가정 성당 정보 요약
- 공식 명칭: Basílica de la Sagrada Família
- 위치: Carrer de Mallorca, 401, 08013 Barcelona, Spain
- 착공: 1882년 / 가우디는 1883년부터 총괄
- 예정 완공: 2026년(가우디 서거 100주년)
- 방문 팁: 미사 참석은 무료, 관광은 사전 예약 필수
기도로 마무리하는 바르셀로나의 밤
성가정 성당에서의 미사를 끝으로, 제 순례의 마지막 발걸음은 마무리되었습니다.
프란치스교황님의 선종을 기리면서 작년에 갔었던 순례의 길을 하나씩 마음에 되새겨 봅니다 그때의 감동과 기도는 아직도 제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신앙은 완성된 건물이 아니라, 그 완성을 향한 걸음 속에 있다.” 미완성 성전에서 드린 완전한 기도, 그 기도는 오늘도 제 삶 안에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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